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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화 혼자가 편하다 만유서원을 떠난 엽현은 곧장 부문종이 아닌 수라지옥으로 향했다.
수라지옥에 도착해 보니 엽령은 아직 폐관 중이었다.
엽현은 넓은 대전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아 종이와 붓을 꺼내 들었다.
임계부!
이번에 그가 만드는 부적은 자신이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 엽령에게 주려는 것이었다. 곧 있을 망자대제와의 대결에서 이 부적을 사용한다면 엽령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이때 연천이 엽현의 곁에 튀어 나왔다.
“정말로 이번 일에 끼어들려는 것이냐?” 엽현이 붓을 놓고 연천을 올려다보았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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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이 파워볼게임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은 네가 상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
“이건 그저 단순한 결투가 아니다. 망자대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배후에 있을 세력이다. 만약 이 세력을 어찌하지 못한다면 지금 너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이 말에 연천은 한숨을 쉴 뿐,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엽령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 엔트리파워볼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고마워. 네 덕에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어.” “음? 무슨 말이냐?” “나 역시 나를 도와줄 자들을 찾아야 한다는 걸.” 그 말에 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신부사가 된 만큼, 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세력을 포섭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최소 육대강자 정도가 되어야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네 말이 맞아. 그들 여섯 중 이모백은 성 밖을 나올 수 없으니 포기해야 하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여부자, 인간설, 잔녀, 그리고 그 ‘묘지기’ 노인이로군.” 손가락을 세던 엽현이 연천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 네 명 중에 누가 제일 말이 통할까?” “넷 다 꽉 막힌 인간들이다.” “…….”
“그래도 개중에 EOS파워볼 인간설이 가장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왜?”
“오래전 주인과 함께 있을 때 그녀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어쩌면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음, 그럼 인간설을 찾아가 보자.” 말을 마친 엽현은 다시 부적 제작에 돌입했다.
대략 세 시간을 걸친 대작업 끝에 엽현은 마침내 임계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부적을 아천에게 맡긴 엽현은 곧장 창궁(蒼穹)의 땅으로 떠났다.
인간설은 창궁의 땅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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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검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로투스바카라 엽현.
“연천, 이 여섯 중에 그래도 가장 강한 자는 누구야?” “그건 모른다. 그들은 한 번도 서로 겨뤄본 적이 없었다. 다만 이들 여섯 모두 삼중차원에 진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중차원……. 선각자는 어느 차원까지 들어갈 수 있었어?” “나도 모른다.” “몰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주인의 진정한 실력은 우리들에게도 미지수로 남아있다. 왜냐하면 그는 거의 출수를 한 적이 없었고, 출수한다 해도 진심으로 힘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천녀처럼.” 천녀!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누가 그녀의 실력을 알 수 있겠는가.

여지껏 로투스홀짝 그녀의 일검조차 받아 낸 자가 없는데.
“사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주인과 천녀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긴 하구나.” “하하하! 둘이 싸우길 바라기라도 하는 거야?”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보기 드믄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하하하, 그럼 네가 볼 때 천녀누님이 육대강자보다 위라는 거네?” “물론이다! 그나저나 네가 오해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만, 주인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것은 육대강자가 아니라 우리 자매들이 모두 모였을 때의 계옥탑이다.” “음? 너희 자매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렇다. 아홉 개의 도칙을 품은 계옥탑의 위력은 감히 육대강자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시 우리가 오유계를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부자의 방관도 한몫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누구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이 멍청한 탑 놈이 사유계에서 날뛰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 에휴…….” 이때 엽현은 몸 안에서 계옥탑이 부들부들 떠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엽현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유계로 넘어간 계옥탑이 조금만 얌전히 지냈더라면 천녀를 만나 이 꼴이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염가가 성공적으로 다른 도칙들을 모두 찾아내고, 이 멍청한 탑이 제 정신을 찾는다면 제아무리 육대강자라 할지라도 네 앞에서 설치지 못할 것이다.” “근데 정신을 차리면 날 먼저 죽이려 하지는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째서? 아월이 말하길 탑이 영지를 회복하면 나부터 죽일 거라 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탑이 이상하게 네게 친근하게 대하고 있다. 이는 당시 탑을 아는 사람이라면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게다가 네 뒤에는 천녀라는 괴물이 있으니 계옥탑이 아무리 간이 크더라도 감히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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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녀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아직도 사유계에? 아니면 이미 오유계로 넘어왔을까?” “글쎄, 내가 보기엔 그녀는 무슨 중대한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 같으니, 그 일이 끝난다면 널 찾아올 수도 있겠지.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당장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기댈 곳은 결국 자신뿐인 것이다.
“네가 엽령을 걱정하는 것은 알겠지만, 사실 지금 그녀보다 위험한 것은 바로 너 자신이다. 엽령의 실력이라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한 죽을 일은 없다. 하지만 너는 다르다. 만약 만유서옥을 노리고 있는 자들이 한 번에 달려든다면 목숨이 백 개라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흠… 다른 자들은 겁나지 않지만 육대강자들은 좀 두렵긴 하군. 그들도 서옥을 노리고 있는 걸까?” “분명 노리고 있다. 심지어 엽령조차 네가 아니었더라면 계옥탑에 도전했을 것이다. 게다가 네 적은 육대강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 외에도 수많은 세력들, 특히 어딘가 은둔해 있을 강대 세력들도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탑을 소유하고 있는 이상, 오유계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이 위험하리라는 것은 오유계로 넘어오기 전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아니, 계옥탑을 얻은 그 순간부터 잠시라도 마음 편했던 적이 있었던가? 자신을 노리는 자가 없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리라.
“도착했다. 여기다.” 연천의 음성에 상념에서 깨어난 엽현이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구름 위로 우뚝 솟아나 있는 거대한 문이 들어왔다. 어림잡아 백 장 높이는 돼 보일 법한 문에서는 매우 고풍스런 기운까지 흘려내고 있었다.
“저곳이 바로 천궁의 땅?” “그렇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가 문에 가까이 다가섰을 때, 갑자기 성난 표정의 노인 하나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웬 놈이냐!” 이에 엽현은 당황하지 않고 포권을 취하며 예를 차렸다.
“부문종에서 온 엽현이라 하오. 인간설이란 분을 찾아뵈러 왔소.” “엽현?”
순간 노인의 눈이 엽현의 전신을 빠르게 훑었다.

“네가 정녕… 신부사 엽현이란 말이냐?” “그렇소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노인의 표정이 매우 공손하게 바뀌었다.
“이제 보니 엽 부사(符師)였구려, 진즉 알았더라면 미리 나와 있었을 것을… 참, 그나저나 아가씨께선 지금 부재중이시오.” 노인과 엽현은 까마득할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 신부사라는 지위는 육대강자에 필적할 정도로 막강한 것이었으니 노인으로서는 결코 불경하게 대접할 순 없었다.
한편 노인의 대답에 엽현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에 없다면, 어딜 가셨단 말이오?” “그건 이 늙은이도 알 도리가 없소. 아가씨께서는 이미 수년 전에 출가하시어 아직까지 연락 한번 없으시니, 우리 역시 답답할 따름이오.” “흠…….”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하하, 노인장께서는 겸손하시구려. 그저 이 근방을 지나다가 인사나 한 번 할까 하여 들른 것이오.” “아, 그런 것이라면 아가씨가 복귀하시는 대로 즉시 사람을 보내 알려드리리다. 어떻소?” “그럼 더할 나위 없겠구려. 부탁 좀 드리겠소. 나는 아직 볼 일이 남아 있어 가 보도록 하겠소. 그럼 이만!” 작별을 마친 엽현은 곧장 한 줄기 검광과 함께 사라졌다.
거대한 문 앞, 노인이 검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저 나이에 신부사라니, 근래 보기 드문 천재가 아닐 수 없구나!” * * *
“흠… 그럼 어쩌지? 이번에는 잔녀를 찾아가 볼까?” 어검을 타고 가던 중, 엽현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마도 그녀 역시 찾기 어려울 것이다.” “흠… 그럼 어쩐다…….” 바로 이때, 그의 바로 앞 공간에 가벼운 파문이 일었다. 이를 본 순간 엽현은 당환한 표정으로 황급히 방향을 바꿔 어딘가로 향했다.
수라지옥.

이날, 지옥에서는 악귀와 원혼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지옥 입구에서부터 악한 기운들이 용암처럼 터져 나오니, 수라국 무인들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옥 입구 앞.
지옥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천과 아지의 표정은 이미 매우 심각해져 있었다.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평소와는 들리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두 노인이 동시에 한 곳을 바라보았다. 언제 도착했는지 모를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은 다름 아닌 엽령.
아천이 황급히 엽령의 앞으로 다가왔다.
“주인, 아무래도 망자대제가 곧 봉인을 뚫고 나올 것 같습니다!” “…모든 무인들을 데리고 당장 이곳을 떠나거라.” “주, 주인… 하지만…….”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당장 떠나거라.” “주인! 그럼 우리 두 형제만이라도 남겠습니다!” “…아천, 나를 화나게 할 생각이냐?” “주, 주인…….” 눈빛이 날카로워진 엽령.
아천이 황급히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엽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다. 혼자인 편이 더 승산이 높을 테니까.” “…명대로 거행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아천과 아지는 곧 수라국의 모든 강자들을 이끌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수라지옥 입구.
엽령이 품을 뒤져 작은 나무 인형 하나를 꺼내 들었다. 한동안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엽령은 다시 인형을 집어넣고는 순식간에 지옥 안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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