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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화 나는 말려들고 싶지 않다 살려줘?
엽현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들이 휘청거렸다.
무슨 최후의 비기를 꺼내 들 것 같더니 고작 한다는 말이 살려달라고?
혹시 그를 살려 주러 올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인가!
엽현이 이 말을 뱉은 순간, 지청은 재빨리 흑검을 멈춰 세우고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이곳에 오기 전 이미 엽현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엽현 본신의 실력은 별 볼 일 없지만, 그가 기대고 있는 자들은 매우 강력하고 그 수도 많다는 것.
이것이 그에 대한 지청의 평가였다.
물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제로 겨뤄 본 엽현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던 것이다.
엽현의 경지로 이 만큼 버틸 수 있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 분명했다.
하지만 결국 그가 경계하는 것은 엽현이 아닌, 그 배후에 있는 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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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청은 로투스바카라 가만히 자리에 멈춘 채 계속해서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그의 시선이 다시 엽현에게 향했을 때, 엽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한 것뿐인데, 헤헤…….” 지청이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날 놀리는 것이냐?”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맞췄어!” 순간, 지청이 잔상을 남기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쉭-! 로투스홀짝
한 줄기 검광이 곧장 허공을 가로지르며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보자 엽현이 씩 웃으며 입으로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광이 그의 앞 십여 장 앞까지 다가왔을 때, 다시 한번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 지청은 이번만큼은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멈추지 않은 것을 후회해야 했다.
엽현이 말을 뱉는 순간, 신비한 힘이 불어와 그를 에워쌌고, 그와 동시에 미간에는 붉은 글씨로 ‘囚(수)’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육도진언(六道真言)! 오픈홀덤
지청이라는 강적을 상대로, 엽현은 결국 육도진언의 패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일검무량과 참선검호가 먹히지 않는 상태에서 그에게 남은 것은 육도진언 밖에 없었다.
그는 원래 처음부터 육도진언을 외우려 했지만, 문득 장난기가 발동하는 바람에 엉뚱한 말을 했던 것이다.
한편, 주홍글씨가 새겨진 이후, 지청의 안색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쇠사슬에 꽁꽁 묶인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너… 무슨 세이프게임 사악한 술수를…….” “지금이야! 죽여!” 엽현이 서둘러 소리쳤다.
비록 육도진언이 지청을 붙잡고 있긴 하지만, 언제 풀릴지는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두 사람 간의 경지 차이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엽현의 말을 들은 순간, 정신을 차린 소칠 등이 곧바로 몸을 날렸다.
이를 보고 지청이 반응하려 했지만, 마치 점혈 된 것 마냥 현기가 돌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사술인가! 세이프파워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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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수!” 생명의 위협을 느낀 지청이 소리치자, 근처에 있던 네 흑의인들이 움직였다.
그러나 이내 교천아와 관군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두 사람의 실력은 잠시 동안 넷을 막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때, 안란수 등은 이미 지청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안 돼-!” 지청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쾅-!
북경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엽현이 튕겨 나갔다.
입으로 피를 토하며 무려 천장 가까이 날아간 엽현.
그가 막 힘없이 쓰러지려 하는 순간, 하얀 손 하나가 나타나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
바로 안란수였다.
이때의 안란수 역시 안색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고, 입으로는 한 줄기 선혈을 흘리고 있었다.
안란수를 향해 간신히 고개를 든 엽현.
“해…치웠나?” 엽현의 떨리는 목소리에 안란수가 한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엔 지청의 모습이 보였다. 단, 육신은 사라진 채 영혼만이 남은 상태였고, 이마저 가벼운 바람에 사라질 것처럼 희미해져 있었다.
이때 엽현을 발견한 지청이 살기를 발산했다.
“네 놈… 도대체 어떤 사술을 쓴 것…….” 바로 이때, 엽현이 훌쩍 뛰어올라 검으로 지청을 가리켰다. 그의 검은 어느새 진혼검으로 바뀌어 있었다.
검 끝이 정확히 지청의 영혼을 지목한 순간, 그의 영혼이 한 점의 묵광으로 변해 진혼검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쾅-!

진혼검이 격렬한 반응을 보임과 함께, 강대한 기운이 진혼검 안에서 요동쳤다.
잠시 후, 지청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자, 엽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저쪽을 좀 도와주자.” 엽현의 말에 안란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창을 들고 사라졌다.
공중.
홀로 남은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때 그는 마치 걸레를 쥐어짠 듯, 현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음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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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진언은 매우 강력한 수단이긴 했지만, 현기의 소모가 극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상대와 경지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만약 안란수 등 세 사람이 곁에 있지 않았더라면, 지청을 죽이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육도진언으로 지청을 잡아둘 순 있었지만, 그 후에 손 하나 까딱일 힘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의 경지가 높을수록 속박할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아슬아슬했어…….
엽현은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생명수 두 병을 연거푸 들이켰다.
아직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에, 빨리 기운을 회복해야만 했다.
그렇게 반 시진쯤 지났을 때, 엽현은 웬만큼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안란수 등은 네 명의 흑의인 중, 셋을 척살한 상태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엽현은 마지막 남은 흑의인을 향해 다가갔다. 완전히 포위된 상태의 흑의인은 마치 그림자처럼 모든 것이 흐릿했다.
“너희는 누구지?” 엽현이 헐떡이는 흑의인을 향해 물었다.
현재 사유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은 신전, 양계천 그리고 생명금구를 꼽는다. 하지만 눈앞의 이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이었다.
어쩌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강자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일지도 몰랐다.
“…말하면 살려 주는가?” “북경왕의 이름을 걸고 살려준다 약속하지.” “…….” “말하기 싫은가?” “…검종.” 검종!
그 말을 듣자 엽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검종? 어떤 검종?” “…….” 엽현이 흑의인 앞으로 다가가 그의 눈을 직시하며 물었다.
“이 사유계에는 검종이란 이름을 가진 세력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다만 대부분 이미 멸망한 상태지. 말해라. 너희는 그들과 어떤 관계지?” “…….” “이봐, 기왕 말하기로 했으면 속 시원하게 다 털어놓을 순 없나?” “우리는 모두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지금은 각자도생할 뿐이다.” 같은 뿌리라고?
“너희 사조가 혹시 청색 장삼을 입은 남자인가?” “그렇다.”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러면 이제 날 찾아온 이유를 말해 볼까? 너희도 단순히 오유계의 신물을 노리고 온 것이냐?” “그것도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 다만 진정한 이유는 나도 알지 못한다.” 이때 소칠이 물었다.
“검종은 어디 있지?” “…검허계(劍墟界).” “이상하군. 왜 너희 같은 강자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거지?” 엽현의 물음에 흑의인이 다시 입을 닫았다.
“이봐, 내가 인내심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서. 두 번 묻지 않았으면 하는데?” “왜냐하면… 검허계는 사유우주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유계에 속하지 않는다고!?
그 말이 나온 순간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사유계가 아니라면, 오유계에서 왔던 말인가?
“설마 검종이 오유계까지 진출했단 말이냐?” 흑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진입한 것은 아니다. 다만 검허계는 이미 사유계를 벗어난 상태로, 사유계의 그 어떤 세력보다 오유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계옥탑을 노리는 것이고? 완전히 오유계로 가기 위해?” 흑의인이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그 물건을 원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다른 자다.” “다른 자? 그게 누구지?” “그건…” 흑의인이 뭐라 대꾸하려는 순간, 갑자기 그의 몸이 불길에 휩싸였다. 그 화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흑의인은 잿더미로 변한 상태였다.
죽었다?
순간 안색이 어두워진 엽현.
그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에 엽현이 마음속으로 물었다.
[검존, 혹시 방금 누가 출수했는지 확인했습니까?] […보지 못했다.] 검존조차 상대를 느끼지 못했다니…….
바로 이때, 탑의 팔층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오려 한다.] 그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들이라니요?] [보아하니, 네 배후에 있는 여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 듯하구나.] 그 말을 들은 순간 엽현은 무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천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
오유계!
오유계의 무인들이 몰려온다는 말인가!?
엽현이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늘이시여, 이럴 수는 없습니다… 아직 사유계도 버거운데 오유계라니…….” [이쯤이면 그들의 인내심도 바닥날 때가 되었지. 그나저나 너는 이 탑의 진짜 비밀을 알고 있느냐?] 진짜 비밀?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게 뭡니까?] [하하하! 탑의 주인씩이나 되는 녀석이 아직 그것도 모르면 어쩌란 말이냐?] [정말 모르겠습니다. 알려 주십시오!] [정 궁금하면 다른 자에게 물어 보거라. 나는 너의 인과에 조금이라도 관련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너와 잘못 엮였다가 나까지 악운에 휘말릴까 두렵구나.] 젠장!
엽현은 참지 못하고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뭐가 인과고 뭐가 악운이란 말인가?
기분이 나빠진 엽현은 곧장 계옥탑 안으로 들어와 연천을 찾았다.
“연천, 혹시 내게 숨기는 거 없어?” 연천과 염가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봐, 오유계의 적들이 곧 도착한다는데, 이래도 숨길 셈이야?”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알고 싶으냐?” “내가 모르고 있으면 일이 저절로 해결돼? 잔말 말고 빨리 말해봐!” 한참의 침묵 후, 연천이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잘 들어라. 사실 이 탑은 열쇠다.” 열쇠……?

계옥탑이 열쇠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연천이 잠시 엽현의 얼굴을 응시했다.
“너는 주인의 신분이 무엇인지 아느냐?” 계옥탑의 예전 주인?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주인은 오유계에서 예언자라 불렸다. 오유계의 왕이라 할지라도 그의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야 했지.” “무릎을 꿇는다고?” 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그녀의 표정은 누군가를 흠모하는 듯한 모양이었다.
“너는 모른다. 주인이 오유계에서 얼마나 많은 존경을 받는 존재였는지.” “그다음은 어떻게 됐지? 설마 그가 누군가의 음해를 받아 죽임을 당하고, 계옥탑은 사유계로 넘어왔다는… 뭐 이런 이야기는 아니겠지?” “멍청한 녀석.” 연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인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이상 죽을 수 없는 존재다. 설령 오유계의 몇몇 불사불멸의 존재들이 손을 잡는다고 해도 말이지. 다만… 주인이 왜 사라진 것인지는 우리 자매들 역시 아는 바가 없다. 그것도 그렇게 갑자기…. 그리고 그가 사라진 지 백 년이 지나자 점점 그가 남겨 놓은 보물을 탐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계옥탑을 말하는 건가?” 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주인이 직접 지어 올린《만유서옥(萬維書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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